니혼슈? 사케? (사케, 니혼슈 초보 샄린이 시리즈 ⓶)
본 콘텐츠는 만 19세 이상 성인을 대상으로 합니다.
술을 좀 알게 되고 일본 사케를 마시기 시작하면, 커뮤니티나 사케를 좋아하는 사람들이 사케를 꼭 “니혼슈”라고 지칭하는 경우를 보게 된다.
보기만 하면 괜찮은데, 가끔 “그건 사케가 아니라 니혼슈라고 해야죠”라는 지적을 받는 경우도 있다. 니혼슈와 사케는 어떻게 다른 걸까.

1. 결론부터: “사케(酒)”는 원래 술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다
일본어에서 사케(酒, さけ)는 우리가 흔히 아는 “쌀로 빚은 일본 술”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다. 한자 그대로 “술” 자체를 뜻하는 큰 카테고리 단어다.
- 맥주도 사케
- 위스키도 사케
- 와인도 사케
- 소주도 사케
실제로 일본의 **주세법(酒税法)**에서도 “사케(酒類)”는 알코올 도수 1도 이상의 모든 음료를 아우르는 법적 대분류다. 그 아래로 발포성주류·양조주류·증류주류·혼성주류라는 4대 분류가 있고, 다시 청주·맥주·위스키·브랜디·리큐르 등 17가지 품목으로 세분된다.
즉 법적으로도, 일상 언어로도 “사케”는 술 전체를 뜻하는 총칭이라는 뜻이다.
그럼 그 쌀로 빚은 술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우리가 이자카야에서 마시는, 쌀과 누룩(코지)과 물로 빚은 그 맑은 술을 정확히 가리킬 때 일본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 니혼슈(日本酒) — 일상적으로 가장 많이 쓰는 표현
- 세이슈(清酒) — 주세법상의 정식 법적 명칭
그래서 일본 현지 술집에서 “사케 주세요”라고 하면 “어떤 사케요? 맥주요, 위스키요?”라는 되물음을 들을 수도 있다는 농담 아닌 농담이 있다. 반대로 “니혼슈 주세요”라고 하면 정확히 쌀로 빚은 그 술이 나온다.
2. 그럼 영어권에서 쓰는 “sake”는 잘못된 표현일까?
한국 사케 커뮤니티에서 흔히 나오는 지적이 있다. “사케라고 하지 말고 니혼슈라고 해야 한다”는 말인데, 이게 어디까지 맞는 이야기인지 짚어보자.
영어권은 처음부터 사정이 달랐다
영어로 “sake”는 처음부터 쌀로 빚은 일본의 그 술만을 가리키는 단어로 정착되어 왔다. 서양권에서 sake라는 단어가 술 전체를 뜻하는 일은 없고, 처음부터 “일본 쌀술 = sake”라는 대응 관계로 굳어졌다.
그리고 이 부분은 일본 쪽에서도 인지하고 있는 부분이다. 일본 정부와 업계 역시 수출용 영문 자료나 라벨에 니혼슈를 지칭할 때 “Sake”라는 단어를 그대로 사용한다. 일본 스스로도 “영어로는 sake가 니혼슈를 뜻한다”는 걸 알고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는 셈이다.
표로 정리하면 이렇다
| 구분 | 사케(酒)가 가리키는 범위 | 니혼슈를 정확히 부르는 말 |
|---|---|---|
| 일본어 안에서 | 술 전체 (맥주·위스키·와인·소주 포함) | 니혼슈(日本酒) / 세이슈(清酒) |
| 영어(및 국제 표기) 안에서 | 처음부터 일본 쌀술 자체를 가리킴 | sake (그대로 사용, 일본도 인정) |
그래서 결론은
“영어로 sake라고 부르는 게 틀렸다”는 식의 지적은 사실 결이 조금 다른 이야기다. 언어가 다르면 단어가 가리키는 범위도 달라질 수 있는 것이고, 이 경우는 일본 스스로도 이 혼용을 받아들이고 있어 크게 문제 삼을 부분은 아니다.
다만,
- 정말 엄밀하게 일본어 기준으로 이야기하거나
- 일본 현지에서 대화할 때는
니혼슈라고 하는 편이 오해 없이 정확하다. 커뮤니티에서 “사케 아니고 니혼슈”라는 지적을 받았다면 “일본어 원어 기준으로는 그게 더 정확한 표현”이라는 의미로 받아들이면 되고, 그렇다고 영어식 sake라는 표현 자체가 틀린 말은 아니라는 것도 함께 알아두면 좋다.
3. “사케(酒)”라는 큰 카테고리 안에는 뭐가 다 들어갈까
일본어의 사케(酒)가 술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라면, 그 안에는 우리가 흔히 “일본 술”이라고 뭉뚱그려 부르는 것들이 전부 포함된다. 대표적인 것들을 정리해봤다.
3-1. 니혼슈(日本酒) — 우리가 흔히 “사케”라고 부르는 그 술
쌀, 쌀누룩(코지), 물을 발효시켜 만드는 **양조주(醸造酒)**다. 법적 명칭은 세이슈(清酒).
- 증류 과정이 없어 발효만으로 술이 완성됨
- 도수는 보통 15~16도 전후
- 준마이, 긴죠, 다이긴죠 등 정미율(쌀을 얼마나 깎아냈는지)에 따라 등급이 나뉨
3-2. 쇼추(焼酎) — 일본식 증류 소주
니혼슈가 발효주라면, 쇼추는 이걸 증류한 술이다. 원료에 따라 크게 나뉜다.
고구마 소주 (이모조추, 芋焼酎)
- 규슈 남부(가고시마·미야자키)가 주산지
- 대표 브랜드: 쿠로키리시마(黒霧島), 마오우(魔王), 미타케(三岳), 호잔(宝山)
보리 소주 (무기조추, 麦焼酎)
- 오이타현이 대표 산지
- 대표 브랜드: 이이치코(いいちこ), 니카이도(二階堂), 나카나카(中々)
쌀 소주 (고메조추, 米焼酎)
- 구마모토현 등이 주산지
- 대표 브랜드: 하쿠타케(白岳)
그 외
- 시소(차조기잎), 소바(메밀) 등으로 향을 낸 소주
- 오키나와의 아와모리(泡盛) — 태국 쌀을 원료로 하는 오키나와 고유의 증류주
쇼추는 증류주이기 때문에 도수가 니혼슈보다 훨씬 높다(스트레이트 기준 20~40도대). 한국의 참이슬 같은 희석식 소주와는 제조 방식 자체가 다르다는 점도 참고하면 좋다.
3-3. 그 외 일본 고유의 양조·혼성주
- 미림(みりん): 요리에 많이 쓰는 조미료지만, 주세법상으로는 엄연히 술로 분류됨
- 우메슈(梅酒) 등 과실주: 소주나 양조주에 매실 등을 담가 만드는 혼성주
- 합성 청주(合成清酒): 니혼슈와 비슷한 향미를 내도록 만든 저가형 대체주
4. 그럼 일본 위스키·일본 와인도 “사케”에 들어갈까?
결론부터 말하면 그렇다.
앞서 설명한 대로 일본어의 사케(酒)는 술 전체를 가리키는 말이고, 주세법상의 분류 체계 안에도 위스키와 와인(과실주)이 각각 정식 품목으로 포함되어 있다. 산토리, 닛카 같은 브랜드의 일본 위스키나, 야마나시현 등지에서 생산되는 일본 와인도 법적으로나 언어적으로나 “사케”의 범주 안에 들어간다.
다만 실제 대화에서는 뉘앙스가 조금 다르다.
- 일본 위스키·일본 와인을 이야기할 때는 굳이 “사케”라고 뭉뚱그리기보다 **”우이스키(ウイスキー)”, “와인(ワイン)”**이라고 구체적으로 부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
- “사케”라는 말이 맥락 없이 단독으로 쓰일 때는, 일본인들 사이에서도 오히려 니혼슈나 술자리에서 마시는 술 전반을 떠올리는 경우가 많다.
즉 “포함은 되지만, 굳이 그렇게 부르지는 않는” 관계라고 보면 된다.
5. 한눈에 정리
- 사케(酒)는 일본어에서 술 전체를 가리키는 총칭이고, 니혼슈(日本酒)/세이슈(清酒)가 우리가 아는 그 쌀 발효주의 정확한 명칭이다.
- 영어의 sake는 처음부터 일본 쌀술을 가리키는 단어로 자리 잡았고, 일본도 이를 알고 대외적으로 그대로 쓰기 때문에 영어 맥락에서 sake=니혼슈로 쓰는 것 자체는 크게 문제 삼을 일이 아니다. 다만 일본어 화자와 대화하거나 아주 정확하게 말하고 싶을 때는 니혼슈라고 하는 편이 안전하다.
- 큰 틀에서 “사케”라는 카테고리 안에는 니혼슈, 쇼추(고구마·보리·쌀), 아와모리, 미림, 우메슈 같은 과실주는 물론, 일본 위스키와 일본 와인까지도 법적·언어적으로는 다 포함된다. 다만 실제로는 각각을 구체적인 이름(우이스키, 와인, 쇼추 등)으로 따로 부르는 경우가 훨씬 많다.